
그렇게 구하고 싶었던 조르지오 모로더 버전의 [메트로폴리스]의 DVD를 드디어 손에 넣게 됐다.
사실 모로더 버전의 [메트로폴리스]의 DVD는 전세계 어디에도 출시된 적이 없다.
모로더 버전의 [메트로폴리스]의 비용과 배급을 담당했던 베스트론이 파산한 이후로 이제 이 버전은 여전히 중고 레이저디스크와 VHS 테이프로만 시중에서 떠돌고 있는데, 해외의 한 리핑 그룹이 레이저디스크를 리핑하여 DVD로 만든 것을 오늘 내가 입수하게 된 것이다.
흔히 “조르지오 모르더 버전의 [메트로폴리스]”라 부르는 작품은 뛰어난 신디사이저 연주주자이자, 작고가, 편곡가, 그리고 영화음악가로 명성을 날린 조르지오 모르더가 프리츠 랑의 걸작 [메트로폴리스]에 색을 입히고, 현대 감각이 물씬 풍기는 자신의 창작곡들도 사운드를 입힌 87분짜리 버전을 말한다.
여기서 한가지 나의 착각.
난 지금까지 이 버전이 색을 복원한 판본이라 믿고 있었는데 – 마치 [카사블랑카]의 처럼 – 그게 아니라, 단순히 분위기에 맞는 색 보정이 이루어진 것뿐이었다. T.T
고전영화에 현대적인 감각으로 해석된 새로운 음악들을 입히는 작업은 이젠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.
필립 글래스는 장 콕토의 [미녀와 야수]에 새롭게 작곡한 오페라트랙을 부여하기도 했으며(이 버전은 크라이테리온에서 출시된 DVD에서 사운드를 선택하여 감상할 수 있는데, 국내에서도 리핑버젼으로 출시되어 있다), 심지어 세계 영화사의 10대 걸작에 빠지지 않는 [전함 포템킨]은 펫 샵 보이스가 사운드트랙을 따로 출시하기도 했다.
또 몇 해전 마이클 니먼은 국내 공연 시에 지가베르토프의 [카메라는든 사나이]를 상영하면서 연주하기도 했고, 작년 부천 영화제에서는 아예 이러한 시도를 하나의 섹션으로 마련했다.
(이해에 내가 부천 영화제에서 유일하게 본 작품이 바로 레이니 선의 정차식이 음악을 입힌 [메트로폴리스]였다)
나는 예술의 장르를 불문하고 고전들을 해체하고 재가공하는 일련의 작업들에 미학적으로 후한 점수를 주는 편이다.
올 초 비틀즈의 리믹스 앨범 [러브]에 별 두 개짜리 악평을 서슴지 않았던 국내 평단의 반응에 몸서리치게 분노했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.
(하긴 비틀즈도 들어보지 못한 인간이 뻔뻔히 음악 웹진에 필진으로 나서는 국내 실정이니, 어련하리오…….)
난 오히려 비틀즈 같은 팝 음악의 바이블은 더욱 더 인용되고 차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.
그 방법이 설사 표절이라 할 지라도.
이것이 오히려 서구의 일부 수준 낮은 팝음악들을 무분별하게 샘플링하고, 베끼는 최근 가요계의 행태에 비추어 훨씬 더 바람직하다다.
설사 [러브]앨범의 시도가 별 볼이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 기회를 통해 비틀즈에 대한 관심을 갖는 젋은이들이 늘어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.
조르지오 모르더 버전의 [메트로폴리스] 역시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 아니었을까?
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늘 아주 독특한 비틀즈 리믹스 곡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.
영국의 마크 비들러라는 프로듀서이자 DJ가 운영하는 고 홈 프로덕션즈는 일련의 고전 팝 음악과 현대 음악을 리믹스한 음반과 음원들을 발표했는데, 오늘 소개하는 곡은 비틀즈와 (Oh Carolina로 유명한)쉐기의 곡을 리믹스한 Let It Be Me라는 곡이다.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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